예술보다는 상품에 가까워서 그런지, 시간이 풍파를 피하지 못한 채 이제는 너무나도 낡아버렸다는 느낌이 남는다. 결국 내 말은, 향수 외에는 이 작품을 현 시대에 플레이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시대적 맥락을 감안하면, 분명 많은 진보를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시리즈에 중요한 족적을 남겼음은 분명하나. 여전히 기술적 한계가 강제하는 불능감은 현재에 비하면 심각하고, 그걸 뛰어넘을 정도의 컬트는 이 게임에는 없다.

던전의 디자인은 꽤나 불친절할 뿐 아니라 그 진행 방식이 어느 던전에서든 굉장히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열쇠 찾아 헤매기, 해골들을 던져서 다 치우고 나오는 버튼 누르기, 적 다 죽이기.

던전을 클리어하면 나오는 도구들은 그 유용함이나 새로움보다는, 기존의 부조리하게 배치되어 탐험을 방해하고 경로를 유도하는 장치를 해제하는 열쇠로 느껴진다.

그 외에 불편한 조작과 전투, 반복적인 음악, 텅 비어 있는 스토리. 솔직히 말해 즐기지 못했다.